LCK 3주차까지 메타를 이끌었던 픽인 루시안이 패치의 직격탄을 맞았다.
1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롤파크에서 펼쳐진 LCK 스프링 2024에선 루시안을 고른 팀이 모두 패했다. 젠지와 디알엑스가 각각 kt 롤스터와 광동 프릭스를 상대로 바텀에서 루시안을 꺼내들었다가 0대2로 패한 것. 이날 경기 전까지 루시안의 전적이 LCK에서 17승 11패였다는 점, 젠지는 특히 리그에서 무패를 달리던 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루시안의 4연패는 확실히 눈여겨볼만한 현상이다.
14일 경기에서 루시안이 4연패를 당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14.2 패치에서 찾아볼 수 있다. 14.2 패치에서 루시안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서포터 아이템의 변화다. 14.1 패치에서 주류로 자리매김했던 전술인 원거리 딜러의 서포터 아이템 빌드가 패치로 인해 막히면서 루시안의 성능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원거리 딜러가 서포터 아이템을 올리는 빌드가 비단 루시안만 사용했던 빌드는 아니기 때문에, 왜 유독 루시안에게만 이 패치가 치명적으로 작용했는가는 더 살펴볼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루시안의 승리 플랜이 다른 원거리 딜러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많은 원거리 딜러가 후반 캐리력을 담당해 후반에 탱커를 잡아내는 역할을 수행하는 반면, 루시안은 중반 타이밍에 본인이 치고나가 딜러에게 대미지를 쌓으며 압박을 가해 변수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주로 수행한다. 반대로 후반에 탱커를 잡아내는 역할에는 조금 더 약한 편이다.
14.1 패치에서 루시안이 서포터 아이템을 활용해 더 벌어온 골드로 중반 타이밍에 상대를 압박하면서 스노우볼을 굴리는 경우가 자주 나왔다. 이번 14.2 패치에서 서포터 아이템을 올릴 수 없게 되면서, 중반에 강했던 루시안의 승리 플랜 자체가 망가졌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다른 원거리 딜러보다 서포터 아이템 ‘피의 노래’의 효과를 훨씬 더 잘 받는다는 평가가 많았던 루시안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더욱 두드러진다. 실제로 리그 초반 루시안이 서포터 아이템을 올리는 빌드가 본격적으로 유행을 타기 전, 루시안을 활용해 서포터 아이템을 올리지 않은 경기에서의 전적은 1승 4패 승률 20%에 불과했다는 점 역시 이를 잘 보여준다.
이런 문제가 잘 드러난 경기가 디알엑스와 광동의 2세트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디알엑스는 초반 상체에서 상대 실수를 노려 연달아 득점에 성공해 기세를 탔다. 글로벌 골드도 꾸준히 앞섰고, 드래곤 역시 먼저 세 개를 챙겼다. 그러나 중반 타이밍부터 루시안을 앞세운 디알엑스의 조합이 상대 탱커인 크산테나 노틸러스를 전혀 뚫어내지 못하며 점차 분위기를 내준 끝에 패배했다. 예를 들어 24분엔 디알엑스가 바론 쪽 대기를 시도했으나, 크산테를 앞세운 상대가 매복을 쉽게 뚫어냈고 그 사이에 드래곤까지 챙겼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루시안을 고를 경우 팀의 서포터 역시 나미나 밀리오로 고정된다는 점이다. 14일 상대로 나온 노틸러스를 제외하고더라도 대부분의 서포터에 비해 변수를 창출하거나 이니시에이팅을 만들어내는 등의 역할에 있어서 나미와 밀리오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챔피언이다. 후반에 가면서 루시안의 힘이 빠지면, 서포터 역시 힘이 빠지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시안의 티어가 완전히 내려가게 될 것인가에 대해선 아직까지 지켜볼 여지가 있다. 특히 이날 4개의 매치가 모두 세나-노틸러스 조합을 상대로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탱커를 잡아내기 어렵다는 루시안의 특성상, 팀에 탱커가 많아지는 세나-노틸러스 조합을 상대하기 어려운 면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텀의 핵심 픽으로 자리매김한 세나가 밴 된 상황에서 등장한 루시안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여지도 충분하다.